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란? 배터리 없이 전기를 저장하는 SMES 기술과 미래 전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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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란?

늦은 밤, 거대한 반도체 공장이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공장 안에서는 수천억 원짜리 노광 장비와 정밀 로봇이 단 몇 마이크로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채 움직입니다. 그런데 외부 전력망에서 번개가 치거나 대형 모터가 갑자기 작동하면서 전압이 아주 짧게 흔들립니다.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짧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다릅니다. 불과 몇 밀리초 동안 전압이 내려가도 공정이 멈추고, 생산 중이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며, 장비를 다시 가동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몇 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하는 거대한 배터리가 아닙니다.

전압이 흔들리는 바로 그 순간, 저장해둔 전력을 눈 깜짝할 사이에 꺼내 보내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화학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전류 자체를 저장했다가 즉시 방출하는 장치, 바로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장치인 SMES(Superconducting Magnetic Energy Storage)입니다.

SMES는 전기를 리튬이나 나트륨 같은 물질의 화학에너지로 바꾸지 않습니다. 초전도 코일에 흐르는 직류가 만들어낸 자기장 속에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언젠가는 슈퍼 배터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까요?

답부터 말씀드리면 SMES가 모든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은 아직 낮습니다. 그러나 전력망 안정화, 순간 정전 대응,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철도, 군사용 펄스 전력처럼 ‘아주 빠른 전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배터리가 따라가기 어려운 독특한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 SMES란 무엇일까?

SMES는 초전도 코일에 직류를 흘려 자기장을 만들고, 그 자기장에 전기에너지를 보관하는 장치입니다.

일반 구리선에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 때문에 열이 발생합니다. 전류가 계속 돌도록 폐회로를 만들어도 에너지가 조금씩 열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특정 물질을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하면 전기저항이 사실상 0인 초전도 상태가 됩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초전도성을 임계온도 이하에서 직류가 에너지 손실 없이 흐를 수 있는 물질의 성질로 설명합니다.

초전도 코일을 폐회로로 만들고 전류를 흘려놓으면, 전류는 저항으로 인한 손실이 거의 없이 계속 순환할 수 있습니다. 이 순환 전류가 강한 자기장을 만들고, 전기에너지는 자기장 형태로 저장됩니다.

저장되는 에너지는 다음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장 에너지 E = ½ × L × I²

여기서 L은 코일의 인덕턴스, I는 코일에 흐르는 전류입니다.

중요한 부분은 전류 I가 제곱으로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전류를 두 배로 높이면 이론적으로 저장 에너지는 네 배가 됩니다.

다만 전류를 무작정 높일 수는 없습니다. 초전도체가 견딜 수 있는 임계전류, 자기장 세기, 냉각 상태, 코일에 가해지는 전자기력이 모두 설계 한계를 결정합니다.


SMES는 어떻게 전기를 충전하고 방전할까?

발전소와 가정,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교류입니다. 그러나 초전도 코일에는 직류를 흘려야 합니다.

따라서 SMES에는 초전도 코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류를 직류로 바꾸고 다시 직류를 교류로 전환하는 전력변환장치 PCS(Power Conversion System), 코일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극저온 냉각장치, 진공 단열용 저온용기인 크라이오스탯, 보호회로와 제어시스템이 함께 필요합니다.

충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력망의 교류가 전력변환장치를 통과해 직류로 바뀌고, 이 직류가 초전도 코일에 공급됩니다. 코일의 전류가 증가하면서 자기장이 강해지고 저장 에너지도 커집니다.

방전할 때는 전력변환장치가 코일 전류를 외부 회로로 흘려보냅니다. 직류는 다시 필요한 형태의 교류로 변환돼 전력망이나 설비에 공급됩니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서도 SMES의 핵심 구성요소를 초전도 코일, 전력변환시스템, 냉각시스템으로 설명합니다. 코일 자체에서 일어나는 저항 손실은 매우 작지만, 실제 시스템에서는 전력변환과 냉각에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SMES는 에너지 손실이 완전히 0이다”라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초전도 코일 내부의 저항 손실은 극히 작지만, 냉동기와 전력전자 장치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 효율은 100%가 될 수 없습니다.


배터리와 SMES는 무엇이 다를까?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를 화학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합니다. 반면 SMES는 에너지 형태를 화학적으로 바꾸지 않고 자기장으로 저장합니다.

이 차이 때문에 두 기술의 성격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교 항목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장치 SMES리튬이온 배터리
저장 원리초전도 코일의 자기장전극과 전해질의 화학반응
반응 속도매우 빠름, 순간 전력 대응에 유리빠르지만 화학적·열적 한계 존재
주요 강점높은 출력, 빈번한 충·방전, 전압·주파수 보상높은 에너지 밀도, 수십 분~수 시간 저장
주요 약점낮은 에너지 저장량, 냉각비용, 강한 자기장열화, 화재 위험, 원자재 문제
적합한 용도순간 전압강하, 펄스 전력, 전력 품질전기차, 태양광 저장, 피크 저감
유지 조건극저온 냉각 필요온도 관리와 배터리관리시스템 필요

SMES는 짧은 시간에 큰 출력을 내보내는 능력, 즉 출력 밀도가 중요할 때 강합니다.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오랫동안 저장하는 에너지 밀도가 중요할 때 유리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배터리는 물을 오래 보관하는 커다란 저수지에 가깝습니다. SMES는 저수지보다는 필요할 때 즉시 강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고압 탱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SMES와 배터리는 반드시 경쟁 관계일 필요가 없습니다.

두 장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시스템에서는 SMES가 순간적인 출력 변화를 담당하고, 배터리가 장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배터리가 급격한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열화되는 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SMES가 배터리보다 빠른 이유

SMES의 가장 큰 장점은 응답속도입니다.

배터리는 이온이 전극 사이를 이동하고 전기화학 반응이 진행돼야 합니다. 현대 리튬이온 배터리도 매우 빠르게 작동하지만, 고출력 충·방전을 반복하면 열이 발생하고 전극이 열화할 수 있습니다.

SMES는 전력변환장치를 제어해 이미 코일에 흐르고 있는 전류의 방향과 크기를 조절합니다.

새로운 화학반응을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전압이 갑자기 내려가거나 주파수가 흔들리는 순간, 매우 빠르게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을 공급하거나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진 전력망에서 전압 안정화, 주파수 조정, 전력 진동 억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도 SMES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증가로 복잡해지는 전력망의 전력 품질과 안정성을 보완하는 기술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 1: 미국 위스콘신 전력망의 D-SMES

SMES는 실험실에서만 검토된 기술이 아닙니다.

1990년대 말 미국의 위스콘신 퍼블릭 서비스는 송전망 안정화를 위해 미국 슈퍼컨덕터의 분산형 SMES, 즉 D-SMES(Distributed SMES)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당시 계획은 여러 대의 소형 SMES 장치를 변전소에 분산 배치해 송전선의 동요와 전압 문제를 빠르게 보상하는 것이었습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여섯 대의 D-SMES가 다섯 곳의 변전소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며, 기존 산업시설 내부가 아니라 실제 전력망 안정화에 초전도 저장장치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준 핵심은 SMES가 대규모 전력을 몇 시간 저장하는 설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력망에서 문제가 생기는 짧은 순간에 고출력을 투입해 계통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는 장치였습니다.

특히 여러 장치를 필요한 변전소에 분산해 설치한다는 개념은 오늘날 배터리 기반 분산형 에너지 저장장치와도 닮아 있습니다.


실제 사례 2: 일본의 10MVA·20MJ SMES 실증

일본은 초전도 전력기술과 SMES 연구를 비교적 오래 진행한 국가입니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 NEDO는 1991년부터 SMES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했으며,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상업용 100MW급 시스템을 염두에 둔 10MVA·20MJ급 SMES 시제품이 개발됐습니다.

이 장치는 일본 도치기현 닛코시의 실제 11kV 전력망에 연결돼 부하 변동 보상 시험을 수행했습니다. 저장용량 20MJ는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약 5.56kWh에 불과합니다.

숫자만 보면 가정용 배터리보다도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력은 10MVA급입니다. 즉 오래 버티는 장치라기보다, 매우 짧은 시간에 거대한 출력을 주고받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100MW급 산업 부하의 빠른 변동을 보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시스템을 시험했습니다.

이 사례는 SMES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용량은 작아도 출력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20MJ를 10MW의 속도로 모두 방전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약 2초 정도입니다. 바로 이 몇 초가 민감한 산업설비와 전력망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막아주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3: 프랑스의 800kJ 고온초전도 SMES

프랑스에서는 비스무트계 고온초전도체인 Bi-2212 테이프를 사용한 약 800kJ급 SMES가 개발됐습니다.

이 시스템은 약 20K에서 전도냉각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으며, 정격전류는 315A, 설계 저장에너지는 약 814kJ였습니다. 시험에서는 244A의 전류 상태에서 약 425kJ를 방출했고 최대 출력은 약 175kW에 도달했습니다.

이 사례의 의미는 저장용량 자체보다 냉각 방식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저온초전도체는 액체헬륨 수준의 매우 낮은 온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고온초전도체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어 냉각장치를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고온’은 일상적인 실온이 아닙니다.

20K는 섭씨 약 영하 253도입니다. 다만 4K 부근에서 작동하는 저온초전도 자석과 비교하면 냉각 설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범위입니다.


잠시 고민해보게 되는 지점

여기까지 살펴보면 SMES가 당장 배터리를 밀어낼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기를 저장하려고 영하 수백 도의 냉각장치를 계속 작동시켜야 한다면, 그것이 정말 경제적인 방법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코일에서는 저항 손실이 거의 없더라도 냉동기는 계속 전력을 소비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실이 0인가’가 아니라, 냉각비용과 설치비까지 포함했을 때 기존 배터리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입니다.

한줄 팁: SMES를 평가할 때는 저장용량 kWh보다 순간출력 MW, 응답속도, 반복 충·방전 횟수를 먼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SMES가 특히 필요한 산업은 어디일까?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은 순간 전압강하에 민감합니다.

몇 초 동안 전기가 완전히 끊기는 정전뿐 아니라, 전압이 짧게 내려가는 전압 새그(voltage sag)도 장비 정지와 불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SMES는 전압이 떨어지는 순간 전력을 공급해 생산라인이 멈추는 것을 막는 전력 품질 보상장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AI 데이터센터에서는 GPU 서버가 대규모로 동시에 작동하면서 부하가 빠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SMES는 디젤 발전기처럼 오랫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가 아니라, 무정전전원장치와 발전기가 반응하기 전의 짧은 공백을 메우거나 급격한 부하 변동을 완화하는 장치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데이터센터 에너지 저장의 주류는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와 기존 UPS입니다. SMES가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고온초전도 선재와 냉각시스템의 비용이 더 낮아져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태양광은 구름의 이동에 따라 출력이 빠르게 변하고, 풍력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흔들립니다.

SMES는 몇 시간 동안 태양광 전력을 밤까지 저장하는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풍력발전기의 순간 출력 변동, 계통 주파수 변화, 전압 불안정을 빠르게 제어하는 데는 활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철도와 전기 추진 시스템

전동차는 출발할 때 순간적으로 큰 전력을 사용하고 감속할 때 회생제동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SMES는 빠르게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방출할 수 있어 철도 전압 안정화나 펄스 부하 보상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철도 분야에서는 비용과 설치 편의성 때문에 슈퍼커패시터와 배터리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군함·레이더·전자기 발사장치

고출력 레이더, 레이저 무기, 전자기 발사장치처럼 짧은 시간에 거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서는 에너지 총량보다 순간출력이 더 중요합니다.

SMES는 이러한 펄스 전력 부하를 보조할 후보 기술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2026년에도 미 해군의 고속 간헐 부하와 추진기관 부하를 조정하기 위한 SMES 모델링·검증 연구 수요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SMES의 가장 큰 장점

빠른 응답속도

전력변환장치를 통해 거의 즉각적으로 충전과 방전 상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높은 반복 충·방전 성능

화학반응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처럼 전극 물질이 반복적으로 팽창하고 수축하는 구조적 열화가 적습니다.

높은 순간출력

저장 에너지 총량이 작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큰 출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충전 상태를 비교적 명확하게 측정

코일의 전류와 인덕턴스를 이용해 저장된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화학적 발화 위험이 낮음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와 같은 화학적 연쇄반응 위험은 없습니다. 다만 강한 자기장, 극저온 냉매, 퀜치에 따른 급격한 열 발생이라는 SMES 고유의 안전 문제가 존재합니다.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 1: 극저온 냉각

SMES의 가장 큰 약점은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냉각입니다.

저온초전도체인 NbTi나 Nb₃Sn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 작동합니다. 고온초전도체인 REBCO, YBCO, Bi-2212 등을 이용하면 작동온도를 높일 수 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실내온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냉각기는 초기 설치비뿐 아니라 운전 중에도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비합니다.

또한 냉각시스템이 멈추면 초전도체의 온도가 상승하고 초전도 상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 2: 퀜치와 보호회로

초전도 코일의 일부가 임계온도, 임계전류 또는 임계자기장을 넘으면 갑자기 정상 전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를 퀜치(quench)라고 합니다.

저항이 거의 없던 코일 일부에 갑자기 저항이 생기면 막대한 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장된 자기 에너지가 한 지점에 집중되면 초전도 선재와 코일이 손상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SMES에는 퀜치를 빠르게 감지하고 에너지를 안전한 외부 저항으로 우회시키는 보호회로가 필요합니다.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 3: 강한 전자기력과 구조물

강한 전류와 자기장은 코일을 바깥으로 벌리거나 눌러 찌그러뜨리려는 거대한 힘을 만듭니다.

대형 SMES에서는 초전도 선재 가격만큼이나 코일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무게와 비용이 중요합니다.

자기장이 강해질수록 저장 에너지는 증가하지만 코일에 가해지는 기계적 응력도 커집니다. 이 때문에 초전도체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구조공학적 문제가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대형화가 어렵습니다.


해결해야 할 핵심 문제 4: 낮은 에너지 밀도와 높은 비용

SMES는 높은 출력에 비해 장시간 저장 가능한 에너지 총량이 작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10MVA·20MJ 시스템은 매우 큰 출력을 낼 수 있지만, 20MJ는 약 5.56kWh입니다. 같은 에너지량만 비교하면 소형 가정용 배터리 수준입니다.

대규모 전력망에서 밤새 사용할 전기를 저장하려면 엄청나게 큰 코일과 구조물, 차폐 공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SMES는 현재로서는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보다 초고속 전력 안정화 장치로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배터리가 필요 없는 세상이 정말 올까?

SMES가 상용화되더라도 리튬이온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양수발전, 압축공기 저장장치를 모두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저장 기술은 사용 목적에 따라 필요한 능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기능적합한 저장 기술
밀리초~수초의 전압·주파수 보정SMES, 슈퍼커패시터, 플라이휠
수분~수시간의 전력 공급리튬이온·나트륨이온 배터리
하루 이상 장주기 저장양수발전, 압축공기, 열 저장, 수소
이동식 에너지 저장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반복적인 초고출력 펄스SMES, 슈퍼커패시터

미래 전력망은 하나의 ‘슈퍼 배터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보다는 여러 저장 기술이 시간을 나눠 담당하는 구조에 가까울 가능성이 큽니다.

SMES는 가장 짧고 급한 순간을 담당하고, 배터리는 수분에서 수시간을 담당하며, 수소나 양수발전은 더 긴 시간을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다중 시간척도 에너지 저장 또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 아키텍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온초전도체가 SMES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SMES의 경제성을 바꿀 핵심 변수는 고온초전도체입니다.

REBCO 계열 고온초전도 테이프는 기존 저온초전도체보다 높은 온도와 강한 자기장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있어 차세대 고자기장 자석, 핵융합 장치, 전력 케이블과 SMES 후보 소재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냉각온도가 올라가면 냉동기의 효율을 개선하고 액체헬륨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온초전도 선재는 가격이 비싸고, 테이프 형태의 선재를 대형 코일로 감을 때 기계적 응력과 접합, 퀜치 검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실제로 발견되고 대량생산까지 가능해진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냉동기가 사라지거나 크게 단순화되고, 전력 손실과 운영비가 줄며, SMES를 변전소와 데이터센터에 더 쉽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계전류, 임계자기장, 선재 가공성, 기계적 강도, 원재료 가격까지 산업적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SMES가 진정한 미래 에너지 저장장치로 도약하려면, 결국 냉각 문제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지금의 초전도 코일은 극저온 냉각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설치비와 유지비가 높고, 사용할 수 있는 장소도 제한됩니다. 그러나 상온·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현실이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기 저항이 0인 송전선은 발전소에서 도시까지 전력을 보내는 과정의 손실을 크게 줄이고,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를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초강력 자석 역시 더 작고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SMES는 복잡한 극저온 설비 없이 전력을 빠르게 저장하고 방출하는 장치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온 초전도체는 단순히 실온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강한 전류와 자기장을 견디고, 선재와 코일로 가공할 수 있으며, 산업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진짜 혁신이 시작됩니다.

상온 초전도체의 원리와 실현 가능성, 그리고 전력망·AI 데이터센터·핵융합 산업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는 「상온 초전도체란? 전기 저항 0이 바꾸는 전력망·AI 데이터센터·핵융합 미래 산업」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코리의 생각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를 처음 접하면 ‘전기저항이 0이니 완벽한 배터리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그러나 SMES의 진짜 가치는 많은 전기를 오래 저장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전력망이 흔들리는 몇 밀리초, 반도체 장비가 멈추기 직전의 몇 초, 고출력 레이더가 작동하는 짧은 순간처럼 다른 저장장치가 따라가기 어려운 시간을 지켜주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는 배터리가 사라지는 세상이라기보다 배터리 혼자 모든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가까울 것입니다.

배터리는 장시간 에너지를 맡고, SMES는 순간적인 충격을 막으며, 수소와 양수발전은 계절과 장주기 저장을 담당합니다.

초전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SMES는 거대한 전력 창고라기보다 미래 전력망의 ‘초고속 안전벨트’로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란? 참고자료

  • 미국 에너지부, DOE Explains: Superconductivity
  • 미국 에너지부, Quadrennial Technology Review: Electric Energy Storage
  • 미국 에너지부, Grid Energy Storage
  • 미국 에너지부·샌디아국립연구소, Global Energy Storage Database
  •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 NEDO
  • IEEE Transactions on Applied Superconductivity
  • International Journal of Electrical Power & Energy Systems
  • Energies, Power Quality Control Using Superconducting Magnetic Energy Storage
  • P. Tixador 외, First Tests of an 800kJ HTS SMES
  • S. Nomura 외, Technical and Cost Evaluation on SMES for Electric Power Compensation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란? 자주 묻는 질문

1.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는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SMES는 응답속도와 순간출력, 반복 충·방전 성능은 뛰어나지만 저장 가능한 에너지 총량이 작고 극저온 냉각비용이 높습니다. 따라서 장시간 저장용 배터리를 대체하기보다 전압 보상, 주파수 조정, 펄스 전력 분야에서 보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2. SMES는 전기를 손실 없이 영원히 저장할 수 있나요?

초전도 코일 자체의 저항 손실은 극히 작지만 전체 시스템의 손실이 0인 것은 아닙니다. 교류와 직류를 변환하는 전력전자장치와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냉각기가 전력을 소비하므로 실제 시스템 효율은 100%가 될 수 없습니다.

3.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는 어디에 가장 먼저 활용될까요?

순간 정전과 전압강하에 민감한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정밀 제조시설, 전력망 주파수 조정, 풍력발전 출력 안정화, 철도 전력 보상, 고출력 레이더와 펄스 전력 장치 등이 유력한 활용 분야입니다.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란?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장치 SMES는 전기를 화학물질이 아닌 초전도 코일의 자기장에 저장해 필요한 순간 빠르게 공급합니다.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란?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장치 SMES는 전기를 화학물질이 아닌 초전도 코일의 자기장에 저장해 필요한 순간 빠르게 공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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