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 역할
아침에 주차장에 내려갔는데 순간적으로 차를 어디에 세웠는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전날 직접 주차했고, 지하 2층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정확한 위치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순간 “아, 어제 저 기둥 옆에 세웠지” 하고 장면 전체가 갑자기 되살아납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별생각 없이 경험하지만 뇌 안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소, 시간, 주변 풍경, 행동 같은 서로 다른 정보가 하나의 경험으로 묶이고, 나중에는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 그 기억이 다시 불려 나옵니다.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뇌 부위가 바로 해마(Hippocampus)입니다.
해마는 단순한 ‘기억 저장 창고’가 아닙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나의 기억으로 조직하고, 서로 비슷한 경험을 구분하며, 필요한 기억을 다시 꺼낼 수 있도록 연결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더 안정적인 장기기억으로 자리 잡도록 대뇌피질과 협력하는 핵심 구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마 역할, 기억 형성 과정,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관계,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 장기강화(LTP), 수면 중 기억 재활성화, 공간기억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해마는 뇌 어디에 있을까?
해마는 영어로 Hippocampus라고 합니다.
모양이 바다의 해마와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람의 뇌에서는 좌우 측두엽 안쪽, 즉 내측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 깊숙한 곳에 한 쌍으로 존재합니다.
해마라고 하면 하나의 단순한 조직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러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대표적으로 치아이랑(Dentate Gyrus, DG), CA3, CA1, Subiculum 등이 있으며 해마와 대뇌피질 사이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는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도 기억 회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해마의 주요 영역 | 주요 기능과 관련된 역할 |
|---|---|
| 치아이랑(Dentate Gyrus) | 비슷한 경험을 서로 구분하는 과정 |
| CA3 | 연관 정보 결합, 일부 단서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 |
| CA1 | 해마 내부 정보를 통합하고 다른 영역으로 전달 |
| Subiculum | 해마의 주요 출력 경로 가운데 하나 |
| Entorhinal Cortex | 대뇌피질과 해마 사이의 정보 관문 |
특히 치아이랑과 CA3는 패턴 분리(Pattern Separation)와 패턴 완성(Pattern Completion)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어제 갔던 카페와 오늘 갔던 카페의 구조가 매우 비슷하더라도 우리는 두 방문 경험을 서로 다른 사건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카페에서 들었던 음악 한 소절만으로 그날 만났던 사람이나 대화 내용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합니다.
해마는 이렇게 비슷한 경험을 구분하면서도 작은 단서를 이용해 관련된 기억 전체를 다시 불러내는 과정에 깊이 관여합니다.
해마 역할의 핵심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것입니다
해마의 대표적인 역할을 하나만 꼽는다면 새로운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의 형성입니다.
일화기억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에 대한 기억입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라는 정보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에 가깝습니다.
반면 “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친구를 만났고 창가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와 같은 기억은 일화기억입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하나의 정보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누구와 있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몇 시쯤이었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주변 분위기가 어땠는지 같은 여러 요소가 하나의 사건으로 묶여 있습니다.
해마는 이런 경험 속의 사람, 장소, 시간, 감각, 상황을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기억은 사진 한 장처럼 뇌의 한곳에 통째로 저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각 정보는 시각과 관련된 신경망에서, 소리는 청각 관련 영역에서, 감정은 편도체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처리될 수 있으며 해마는 이런 분산된 정보 사이의 관계를 연결해 하나의 경험을 구성하는 데 관여합니다.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뀐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해마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꿉니다.”
흔히 사용되는 설명입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몇 초 동안 전화번호를 머릿속에 붙잡고 있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전체를 해마가 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기억에는 전전두피질을 비롯한 여러 신경망이 관여합니다.
해마가 특히 중요한 부분은 새롭게 경험한 사건이나 사실적 정보를 나중에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기억으로 형성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입니다.
기억 형성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단계 | 의미 |
|---|---|
| 부호화(Encoding) | 경험을 기억 가능한 신경 정보로 처리 |
| 공고화(Consolidation) | 불안정한 새 기억을 점차 안정화 |
| 인출(Retrieval) | 저장된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과정 |
시험공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내용의 의미를 이해하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면서 부호화가 진행됩니다.
이후 휴식하고 잠을 자는 동안 기억 흔적이 다시 활성화되고 신경회로가 변화하면서 공고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시험장에서 문제를 보고 어제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리는 과정이 인출입니다.
따라서 기억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 공고화란 무엇일까?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는 처음에는 불안정했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안정적인 상태로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크게 보면 시냅스 공고화(Synaptic Consolidation)와 시스템 공고화(Systems Consolidation)라는 개념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시냅스 수준에서는 학습 이후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 강도가 변합니다.
시스템 수준에서는 해마와 대뇌피질을 포함한 여러 뇌 영역 사이의 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재조직됩니다.
예전에는 이를 단순하게 “기억이 해마에 임시 저장됐다가 나중에 대뇌피질로 옮겨진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뇌에서는 파일을 한 폴더에서 다른 폴더로 이동시키듯 기억이 옮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기억은 처음에는 해마와 대뇌피질의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고, 이후 반복적인 재활성화와 신경망 변화가 진행되면서 대뇌피질의 여러 영역 사이 연결이 강화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또한 오래된 기억이라고 해서 해마가 항상 완전히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생생한 일화기억을 세부적으로 회상할 때는 시간이 오래 지난 기억에서도 해마가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장기강화 LTP가 기억 연구에서 중요한 이유
해마를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전문용어가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입니다.
LTP는 특정 시냅스가 강하거나 반복적인 자극을 받은 뒤 신호 전달 효율이 오랫동안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뉴런 A와 뉴런 B가 반복적으로 함께 활성화되면 다음에는 같은 자극에도 신호가 더 잘 전달되는 방향으로 연결이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LTP는 오랫동안 학습과 기억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메커니즘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특히 해마의 CA1 영역에서는 LTP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는 NMDA 수용체, AMPA 수용체, 칼슘 이온, 단백질 합성, 유전자 발현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합니다.
다만 기억 하나가 LTP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기억은 수많은 뉴런과 시냅스, 신경전달물질, 유전자 발현 변화가 함께 작용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고 학습했을 때 뇌가 단순히 정보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망 자체의 연결 특성이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코리의 중간생각
기억을 공부하다 보면 예전에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무조건 기억도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상당히 단순한 생각이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무엇을 많이 봤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집중해서 받아들였는지,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와 어떻게 연결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공부가 끝난 뒤 쉬고 잠을 자는 시간에도 뇌에서는 기억을 정리하는 작업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기억력은 단순한 ‘저장 용량’보다는 정보를 연결하고 나중에 다시 꺼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전체의 성능이라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수면 중 해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시험 전날 밤새워 공부하면 공부한 시간 자체는 늘어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시험지를 보면 오히려 머리가 멍하고 전날 봤던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면과 기억의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비렘수면(NREM Sleep)에서는 대뇌피질의 느린 진동(Slow Oscillation), 수면 방추(Sleep Spindle), 해마의 Sharp-Wave Ripple, SWR 등이 서로 연동되는 현상이 기억 공고화와 관련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해마에서는 학습 당시 나타났던 신경 활동 패턴이 수면이나 휴식 중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를 흔히 기억 재활성화(Memory Reactivation) 또는 Replay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동물이 미로를 이동할 때 특정 순서로 발화했던 해마의 장소세포들이 휴식 중 비슷한 순서로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재활성화가 해마에 형성된 새로운 경험 정보를 대뇌피질의 기존 지식과 통합하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Replay는 수면 중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으며 기억뿐 아니라 미래 경로 계획이나 의사결정과 연관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줄팁: 새로운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공부 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집중해서 학습하고, 간격을 두고 복습하며,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마는 공간기억과 길 찾기에도 중요합니다
해마의 또 다른 대표적인 기능은 공간기억(Spatial Memory)입니다.
우리가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을 기억하거나 주차장에서 자동차 위치를 찾고 익숙한 동네에서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해마 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동물의 해마에서는 특정 위치에 있을 때 활발하게 반응하는 뉴런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를 장소세포(Place Cell)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쥐가 미로의 한쪽 구석을 지날 때 특정 뉴런이 강하게 활성화되고 다른 위치에서는 다른 뉴런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해마가 주변 공간을 일종의 인지지도(Cognitive Map) 형태로 표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공간기억과 일화기억이 서로 완전히 다른 기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건에는 자연스럽게 장소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했는가”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언제, 누구와,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가”를 함께 연결해야 하나의 구체적인 경험이 만들어집니다.
비슷한 기억이 서로 뒤섞이지 않는 이유
월요일에도 같은 카페에 갔고 화요일에도 같은 카페에 갔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자리도 비슷하고 마신 커피도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두 경험을 가능한 한 서로 다른 사건으로 구분해서 기억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패턴 분리(Pattern Separation)입니다.
특히 해마의 치아이랑은 서로 매우 비슷한 입력 정보가 들어왔을 때 각각을 조금 더 구별되는 신경 표현으로 만드는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예전에 만났던 사람의 향수 냄새만 맡았는데 그날의 장소, 대화, 분위기까지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부 단서만으로 관련된 기억 전체가 다시 떠오르는 과정을 패턴 완성(Pattern Completion)이라고 합니다.
CA3 영역의 재귀적 신경회로가 이러한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두 과정은 기억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정보처럼 저장한다면 과거 경험을 활용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비슷한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기억들이 서로 섞여 정확한 회상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환자 H.M.이 기억 연구를 바꾼 이유
해마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환자 H.M., 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입니다.
그는 심각한 간질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1953년 양쪽 내측 측두엽의 상당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발작은 감소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장기적인 일화기억으로 형성하는 능력이 크게 손상된 것입니다.
그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유지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조금 전에 만난 사람이나 했던 대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형태의 학습 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운동기술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실력이 향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그 연습을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례는 인간의 기억이 하나의 단일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일화기억이나 사실기억과 운동기술 같은 절차기억은 서로 다른 신경 시스템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H.M. 사례는 단순히 “해마가 기억을 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해마가 특히 새로운 선언적 기억과 일화기억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마가 손상되면 모든 기억을 잃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기억상실증이 생기면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 과거의 모든 기억을 한꺼번에 잃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 뇌의 기억 시스템은 훨씬 복잡합니다.
해마가 심각하게 손상되면 대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순행성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입니다.
이는 뇌 손상 이후 새로운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손상 이전에 만들어졌던 기억 일부가 사라지는 것은 역행성 기억상실(Retrograde Amnesia)이라고 합니다.
해마가 손상되더라도 단기적인 정보 유지나 일부 오래된 기억, 운동기술 등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는 우리의 기억이 하나의 저장장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해마와 치매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
해마는 치매와 기억력 저하를 설명할 때도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내측 측두엽 신경망이 초기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일을 기억하기 어려워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자꾸 깜빡하니 해마가 손상됐다”고 바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일상적인 건망증은 수면 부족, 스트레스, 피로, 집중력 저하, 우울감, 음주, 약물 등 매우 다양한 원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잠시 기억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 위치를 떠올리는 것은 단순한 주의력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 나눈 대화 자체를 반복해서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어려운 문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반복된다면 단순한 건망증과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을 오래 남기려면 해마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해마를 직접 의식적으로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해 공부 방식이나 학습 습관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의 집중입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부호화되지 않은 정보는 나중에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면서 책을 읽는다면 눈으로는 많은 글자를 봤더라도 실제 기억은 약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의미 연결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하면 나중에 기억을 불러낼 수 있는 단서가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해마를 단순히
“해마 = 기억”
이라고 외우는 것보다
“해마 → 일화기억 → 부호화 → 기억 공고화 → 대뇌피질 → 수면 Replay”
처럼 관계를 연결해서 이해하는 편이 오래 기억하기 좋습니다.
세 번째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입니다.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보다 책을 덮은 뒤 방금 읽은 내용을 스스로 떠올려 보는 방법이 기억 형성에 효과적입니다.
네 번째는 간격 반복(Spaced Repetition)입니다.
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시 떠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기억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면도 중요합니다.
학습이 끝난 뒤 수면 중에는 새롭게 형성된 기억과 기존 지식 사이의 관계가 재조직되고 기억이 안정화되는 과정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해마는 기억 저장소보다 기억을 연결하는 허브에 가깝습니다
해마를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은 ‘기억 저장소’입니다.
하지만 저는 해마를 기억의 연결 허브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하나의 기억에는 얼굴을 처리하는 시각 정보, 목소리와 음악을 처리하는 청각 정보, 장소 정보, 감정, 언어, 의미 등이 함께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정보가 해마 한곳에 사진처럼 들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마는 여러 뇌 영역에서 처리되는 정보 사이의 관계를 빠르게 묶어 하나의 경험으로 구성하고 이후 대뇌피질과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그 경험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기억으로 자리 잡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해마가 심각하게 손상된 사람도 오래된 기억 일부나 운동기술은 유지할 수 있지만 오늘 새롭게 경험한 일을 내일 기억하는 능력에는 큰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해마의 역할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해마가 새로운 경험을 하나의 기억으로 묶고, 수면과 반복적인 인출 과정에서 그 기억을 안정시키는 원리를 이해하면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실제 생활에서는 어떻게 공부하고 복습해야 더 잘 외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읽는 것보다 집중해서 부호화하고, 스스로 떠올리는 인출 연습을 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복습하며,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원리를 실제 공부법과 생활 습관까지 확장해서 보고 싶다면 「기억력 높이는 법 완전정리|잘 외우고 오래 기억하는 뇌과학과 기억력 향상 방법」 에서 기억 형성 원리부터 효과적인 복습법, 수면, 운동, 집중력 관리까지 함께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코리의 생각
해마를 살펴보면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넣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집중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른 정보와 연결하고, 반복해서 꺼내보고, 쉬고 잠을 자는 과정 전체가 기억 형성에 들어갑니다.
특히 해마는 새로운 경험을 오랫동안 그대로 쌓아두는 창고라기보다 서로 떨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고 장기기억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도록 돕는 핵심 부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는 것과 오래 기억하는 것은 반드시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입력량만 늘리기보다 부호화 → 인출 → 반복 → 수면 → 재공고화라는 기억의 흐름을 이해하고 학습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좋은 기억력은 뇌에 얼마나 많이 집어넣었느냐보다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기억을 다시 구성할 수 있느냐에 더 가깝습니다.
해마 역할 참고자료
- Nature Reviews Neuroscience — Memory Consolidation 관련 연구
- Nature Reviews Neuroscience — Hippocampal Sharp-Wave Ripple 연구
- Nature Neuroscience — Sleep and Memory Consolidation 연구
- Squire LR — Patient H.M. and Human Memory
- Yassa MA, Stark CEL — Pattern Separation in the Hippocampus
- Hainmueller T, Bartos M — Dentate Gyrus and Episodic Memory
- 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해마 역할 FAQ
Q1. 해마에 장기기억이 모두 저장되어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해마는 새로운 일화기억의 형성과 초기 기억 공고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장기기억을 해마 한곳에 모두 저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기억은 대뇌피질을 포함한 여러 신경망에 분산되어 표현되며 기억의 종류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에 따라 해마 의존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Q2. 잠을 자면 정말 기억력이 좋아지나요?
학습 후 적절한 수면은 기억 공고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비렘수면 과정에서 해마의 기억 재활성화, Sharp-Wave Ripple, 수면 방추, 대뇌피질의 느린 진동 등이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만 많이 잔다고 기억력이 자동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학습할 때 정보를 제대로 부호화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Q3. 해마가 손상되면 옛날 기억도 모두 사라지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해마 손상에서는 새로운 일화기억을 형성하기 어려운 순행성 기억상실이 특히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나 운동기술 같은 일부 기억은 상대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의 기억이 하나의 저장장치가 아니라 여러 뇌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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