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0-05 | KORI SCIENCE
0) 정유 공장 공정: 새벽의 정유 공장, 불빛 아래서
한밤중의 항만 도시.
끝없이 이어진 파이프와 거대한 증류탑이 네온 조명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이곳은 실제로 지구 에너지의 ‘심장’이라 불리는 정유 공장이에요.
유조선이 실어 온 원유는 부두를 거쳐 정유 공장 공정의 첫 단계로 들어갑니다. 증류, 분해, 개질, 정제, 혼합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우리가 주유소에서 익숙하게 보는 휘발유, 경유, 항공유로 다시 태어나죠.
그리고 한국의 정유사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단순 정제에 머무르지 않고 ‘중질유를 고급유로 바꾸는 기술’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1) 원유의 입고와 저장 — 여정의 시작
정유 공장 공정은 유조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가 부두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선박에서 하역된 원유는 거대한 저유 탱크에 임시 저장되고, 이후 예열 설비를 거쳐 증류 공정으로 보내집니다. 울산이나 여수 같은 대규모 단지에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하루 수십만 배럴을 쏟아붓고, 저유 탱크들이 마치 작은 도시처럼 늘어서 있어요.
👉 참고자료: 육상 시추 기술|지하 5천m 석유 꺼내는 방법
2) 상압·감압 증류 — 끓는점 차이로 나누기
가열된 원유는 수십 미터 높이의 상압 증류탑에 들어가 끓는점에 따라 여러 분획으로 나뉩니다. 상부에서는 LPG와 나프타(휘발유 원료)가, 중간에서는 등유와 경유가, 하부에서는 중질유와 잔사유가 나옵니다.
상압 증류 후 남은 무거운 잔사유는 감압 증류를 거쳐 진공 경유(VGO) 등으로 추가 분리됩니다. 이 VGO와 잔사유가 바로 다음 단계에서 ‘변신’의 재료가 됩니다.
3) 분해·개질·정제 — 중질을 경질로, 품질을 고급으로
열분해와 촉매분해
증류만으로는 수요가 많은 휘발유와 경질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열분해와 FCC(촉매분해)입니다.
열분해는 고온으로 분자를 물리적으로 찢어 LPG와 휘발유를 얻고, FCC는 촉매를 이용해 중질유의 사슬을 효율적으로 끊어 고옥탄가 휘발유와 프로필렌을 만들어냅니다. 현대 정유 공장 공정의 핵심 중 하나죠.
개질과 알킬화
나프타는 개질(Reforming) 공정을 거쳐 방향족 탄화수소로 전환되어 옥탄가가 올라갑니다. 알킬화 공정에서는 부탄, 프로판 같은 저분자 가스를 반응시켜 고품질 휘발유 성분을 만듭니다.
정제와 탈황
분해와 개질이 끝나면 정제(hydro-treating)와 수첨탈황(HDS) 공정으로 황, 질소, 금속 등을 제거합니다. 국내 정유사는 초저유황 기준(10ppm 이하)을 충족하기 위해 이 단계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4) 혼합과 출하 — 휘발유로 완성되는 순간
여러 공정을 거친 성분들이 혼합(Blending)돼 계절·법규·성능에 맞는 제품 스펙으로 조정됩니다. 완성된 휘발유와 경유는 송유관과 탱크로리 차량을 통해 주유소, 공항, 발전소 등으로 운반됩니다.
5) 중질유 업그레이드의 시대 — 단순 정유에서 ‘가치 전환’으로
2000년대까지 정유 공장 공정은 주로 증류와 FCC에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2019~2020년, IMO 2020(선박연료 황 0.5% 규제) 발효로 고유황 중질유(HSFO)의 값어치가 급락했고, 반대로 저유황 연료와 경질유, 석화 원료의 가치가 뛰었어요.
이에 한국의 정유사들은 VRDS, HS-FCC, ROSE, 코킹, HCU/MHC, 그리고 MFC/HPC 같은 설비를 통해 ‘중질 → 고급’으로의 전환율을 높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6) 정유 4사별 전략 비교
🟡 S-OIL — HS-FCC로 잔사를 프로필렌·휘발유로
S-OIL은 RUC(Residue Upgrading Complex)와 ODC(Olefin Downstream Complex)를 연계해 잔사유를 직접 경질·석화 원료로 바꾸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HS-FCC는 일반 FCC보다 올레핀 생산에 최적화된 공정으로, 잔사에서 프로필렌과 고옥탄가 휘발유를 뽑아내고, ODC에서는 PP와 PO 등 석화 제품으로 이어붙였습니다. 단순 정유회사가 아니라 정유·석화 통합 기업으로 변신한 대표 사례입니다.
🔵 SK에너지 — VRDS로 IMO 대응
SK는 VRDS(잔사 탈황 설비)를 통해 고유황 잔사유를 저유황 연료와 경질유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울산 VRDS는 하루 4만 배럴 처리 규모로, IMO 대응용 LSFO(저유황 선박유) 생산과 디젤 수율 향상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정유 본업의 범위 안에서 안정적인 업그레이드 수익 구조를 만든 전형입니다.
🟢 GS칼텍스 — HOU와 MFC의 투트랙
GS칼텍스는 여수 단지에 대규모 HOU(Heavy Oil Upgrading) 설비를 두고,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MFC(Mixed Feed Cracker)를 신설했습니다. 정유 부산가스와 LPG, 나프타를 혼합 투입해 에틸렌·프로필렌을 뽑아내며, 정유와 석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 현대오일뱅크 — ROSE·코킹·HPC로 ‘딥 컨버전 + 석화’
현대오일뱅크는 C5 ROSE(용매탈아스팔트)와 MHC(수첨분해), 코킹(DCU)을 조합해 잔사에서 최대한 경질 성분을 뽑아내는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이후 현대케미칼(HPC)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 부산물을 올레핀 크래커로 연결하며 정유-석화 융합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7) 기술 도구함 요약
| 기술 | 역할 | 대표 적용사 |
|---|---|---|
| VRDS | 잔사 탈황·LSFO 생산 | SK에너지 |
| HS-FCC | 잔사 → 휘발유·프로필렌 | S-OIL |
| ROSE + 코킹 + MHC | 잔사 최대 경질화 | 현대오일뱅크 |
| HOU + MFC | 중질 경질화 + 석화 연계 | GS칼텍스 |
| Reforming/Alkylation | 품질 향상(옥탄가↑) | 전사 공통 |
8) 무엇이 ‘고급유’인가
여기서 말하는 고급유는 단순히 주유소 프리미엄 휘발유를 뜻하지 않습니다.
① 저유황·고품질 수송 연료(휘발유·디젤·제트유·LSFO)와 ② 석화 크래커로 이어지는 경질 원료(프로필렌·에틸렌·BTX 등)를 모두 포함합니다.
S-OIL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석화 통합 모델을 택했고, SK는 IMO 시장에 초점을 맞춰 LSFO와 경질유 전환에 집중했습니다. 모두 정유 공장 공정의 ‘심화 버전’을 각자의 방식으로 선택한 셈입니다.
석유의 기원은 바닷속 미생물·플랑크톤 같은 유기물이 퇴적층에 쌓인 뒤, 수천만 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으며 천천히 탄화수소로 바뀌며 만들어진 화석 연료예요.
석유의 기원|석유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지하의 화석 연료
이 과정이 지하의 저류암에 갇히면서 우리가 말하는 “원유”가 되었고, 결국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시작점이 되었답니다. 🛢️
9) Q&A
Q1. 정유 공장 공정이 복잡한 이유는 뭔가요?
👉 원유는 수천 가지 성분의 혼합물이기 때문에, 원하는 제품을 얻기 위해선 단계별 분리·분해·정제가 필수입니다.
Q2. 증류만으로 휘발유를 만들 수 없나요?
👉 상압 증류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옥탄가가 낮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개질, 알킬화 등 후속 공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Q3. 정유사들이 중질유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는 이유는요?
👉 고유황 잔사유는 규제 강화로 가치가 떨어졌지만, 경질·석화 원료는 수익성이 높습니다. 설비를 고도화해 잔사를 경질·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 참고자료 (한국어 버전)
- 국제해사기구(IMO) 공식 자료 — 2020년 선박유 황 함량 규제(0.50%) 관련 지침
- 대한석유협회, 「석유산업의 이해」, 정유 공정 및 업그레이딩 설비 개요
- SK에너지 울산 VRDS 설비 개요 및 보도자료 (2020년 상업 가동)
- S-OIL RUC/ODC 프로젝트 — HS-FCC 및 잔사 업그레이드 설비, 석화 통합 구조 관련 IR 자료
- GS칼텍스 HOU 및 MFC 프로젝트 — 여수 단지 업그레이드 및 석화 연계 설비 설명
- 현대오일뱅크 ROSE·MHC·코킹 및 HPC 프로젝트 — 중질유 딥컨버전 및 석화 전환 구조 관련 자료
- 한국석유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 정유·석유화학 통합 설비 동향 보고서
- 『Hydrocarbon Processing』 및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 정유 공정·업그레이드 기술 국제 동향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World Energy Out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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